최현주 기자 입력 2021.11.17 18:01 | 업데이트 2021.11.18 11:02 직장인 박모(39)씨는 최근 100만원짜리 책상 의자를 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에 재택근무가 길어지면서 허리에 부담이 가서다. 그간 박씨가 쓰던 의자는 4년 전 결혼할 때 책상과 함께 산 제품이다. 그간 간간히 사용하다 재택근무로 오랜 시간 앉아 있으니 허리에 불편함이 느껴졌다. 박씨는 의자와 함께 등받이가 있는 의자쿠션도 샀다. TV를 시청하거나 운전할 때 활용하기 위해서다. 박씨는 “회사에서는 짬짬이 동료와 음료도 마시고 점심 먹으러도 나가고 외근도 했는데 재택을 하면 꼼짝없이 앉아만 있게 된다”며 “잠자는 시간 외 대부분 앉아 있는데 의자를 소홀히 생각했던 같아서 큰맘 먹고 내 몸에 투자한다는 마음으로 고급 제품을 골랐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집콕’ 수요가 늘면서 ‘앉아있는 문화’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의자뿐 아니라 의자쿠션까지 시팅(Seating) 산업이 수혜를 보고 있다. 집에 있는 시간이 늘면서 앉아있는 시간이 길어진 영향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 이후 의자전문업체 실적도 확 좋아졌다. 시디즈의 지난해 매출은 2275억원으로, 전년보다 17.9% 늘었다. 영업이익은 129% 늘어난 197억원으로, 사상 최대 성적이다. 지난 1분기에도 시디즈 매출은 698억원, 영업이익은 58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26%, 36.6% 증가했다. 듀오백은 지난해 오랜 침체에서 벗어났다. 지난해 매출은 440억원으로, 2019년 같은 기간보다 38.6%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7억2119만원으로, 3년 만에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의자에 대한 관심이 커진 데는 코로나19가 결정적이다. 그간 회사에서 근무할 때는 쉽게 의자를 교체하지 못했던 수요가 재택근무를 하면서 취향에 맞는 제품 구매에 나선 것이다. 외출이 줄면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진 것도 이유다. TV 시청 시간이 길어지고 장시간 게임을 즐기면서 허리 등에 불편함을 느껴서다. ‘보복 소비’ 영향도 있다. 여행·문화·외식 등 소비가 억눌리면서 ‘내 몸을 위해 좋은 제품이라도 사자’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비싼 의자를 찾는 수요가 늘자 백화점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그간 국내에서 보기 힘들었던 최고급 해외 브랜드 입점이 이어지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엔 ‘폴트로나 프라우’ 매장이 있다. 설립 100년을 맞은 이탈리아 가구 브랜드로, 특히 의자가 유명하다. 페라리·마세라티 같은 고급 자동차에 탑재된 의자 내장재도 이 브랜드 제품이다. 대표제품인 ‘베니티 페어 암체어’ 가격이 1092만원이다. 현대백화점 지난해 8월 무역센터점에 이탈리아 가구 브랜드인 ‘폴리폼’ 매장을 열었다. 식탁 의자 가격이 200만원 선이다. 이외에도 가장 싼 의자가 340만원 선인 프리츠 한센 옥스퍼드도 잘 팔린다. 의자의 보조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고급 의자쿠션을 찾는 수요도 늘고 있다. 일본 의자쿠션 브랜드인 ‘엑스젤’이 대표적이다. 디스크 환자를 위한 특수 쿠션을 생산하는 브랜드로 제품 가격이 50만원 선이다. 쿠션 내장재로 의료용 특수 젤을 사용하고 앉을 때 허리가 받는 압력을 분산해 편안한 자세를 만들어준다. 지난 8월 롯데백화점 동탄점과 롯데월드타워 롯데월드몰에 매장을 열었다.지렛대 원리를 이용해 허리를 받쳐주는 커블 체어도 인기를 끌고 있다. 연초 체조선수인 손연재 선수를 광고 모델로 내세우며 ‘손연재 의자’로 관심을 끌었다. 최근엔 배구선수인 김연경이 광고모델을 맡으면서 ‘김연경 의자’로 불린다. 어떤 의자에나 활용할 수 있고 허리를 받쳐주는 등받이가 있다. 가구업계 관계자는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고 평균 8시간을 앉아있는 좌식 문화에 익숙한 한국인의 특성상 시팅 산업은 계속 확대할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